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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급유, 넣으면 정말 차가 좋아지나?

by 후회없이가자 2025. 7.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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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유소에 가면 노란색 일반 휘발유 주유기와 초록색 고급 휘발유 주유기가 나란히 서 있습니다. 리터당 몇백 원씩 차이 나는 가격표를 보며 많은 운전자들이 고민에 빠집니다. "내 차에 고급유를 넣으면 연비도 좋아지고, 차도 더 조용해질까?", " 괜한 돈 낭비는 아닐까?"

'고급'이라는 단어가 주는 막연한 기대감 때문에 한 번쯤 넣어볼까 하는 유혹을 느끼게 됩니다. 과연 고급유는 우리 차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요? 이 논쟁의 핵심을 짚어보고, 내 차에 맞는 현명한 선택은 무엇인지 알아보겠습니다.

고급유와 일반유, 차이는 '옥탄가'뿐

결론부터 말하자면, 고급 휘발유와 일반 휘발유의 핵심적인 차이는 '옥탄가(Octane Number)'라는 수치 하나뿐입니다. 옥탄가는 휘발유가 엔진 내부에서 비정상적으로 폭발(연소)하는 '노킹(Knocking)' 현상에 얼마나 잘 저항하는지를 나타내는 수치입니다.

  • 노킹이란? 엔진은 연료를 압축한 뒤, 점화플러그로 불꽃을 터뜨려 정확한 타이밍에 '펑'하고 폭발시켜 힘을 얻습니다. 노킹은 이 과정에서 제멋대로 먼저 폭발해버리는 현상으로, "칼칼칼" 하는 소음을 내고 엔진 출력 저하와 손상을 유발할 수 있습니다.
  • 옥탄가의 역할: 옥탄가가 높을수록 이 노킹 현상에 잘 버티는, 즉 '잘 참고 기다렸다가 제때 폭발하는' 성질을 가집니다. 국내 기준 일반유는 옥탄가 91 이상, 고급유는 94 이상으로 규정되어 있습니다.

고급유는 '더 깨끗'하거나 '더 많은 힘'을 내는 기름이 아니라, 단순히 '노킹에 더 잘 버티는' 기름인 셈입니다.

내 차, 고급유가 필요할까? 정답은 '주유구'에

그렇다면 어떤 차에 고급유가 필요할까요? 바로 '노킹' 현상이 일어나기 쉬운 환경을 가진 엔진, 즉 고성능, 고압축, 과급(터보차저) 엔진을 장착한 차량들입니다.

이 복잡한 내용을 몰라도 내 차에 고급유가 필요한지 아닌지는 아주 간단하게 확인할 수 있습니다.

바로 '주유구 캡' 또는 그 주변을 확인하는 것입니다.

제조사에서는 고급유가 필요한 차량의 경우, 주유구에 '고급 휘발유 권장(Premium Fuel Recommended)' 또는 '옥탄가 95 이상(RON 95)' 등의 문구를 반드시 표기해 둡니다. 만약 내 차 주유구에 이런 표시가 있다면, 고급유를 넣어야 차량의 본래 성능을 100% 발휘하고 엔진을 보호할 수 있습니다.

일반유 차량에 고급유를 넣으면?

만약 주유구에 아무런 표시가 없는 일반유 차량이라면 어떨까요?

아쉽게도 아무런 효과가 없습니다. 일반유에 맞춰 설계된 엔진은 고급유의 높은 옥탄가를 활용할 능력이 없습니다. 엔진의 성능이 갑자기 좋아지거나, 연비가 눈에 띄게 향상되거나, 엔진이 더 깨끗해지는 일은 거의 일어나지 않습니다. 심리적인 만족감, 즉 '플라시보 효과'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결론: 내 차에 맞는 '밥'을 주자 내 차 사용 설명서나 주유구에 '고급유 권장' 문구가 있다면 고급유를, 아무런 표시가 없다면 일반유를 넣는 것이 정답입니다. 괜히 비싼 고급유를 넣으며 돈을 낭비하기보다는, 그 비용을 아껴 내 차에 꼭 필요한 엔진오일이나 타이어 같은 소모품을 제때 교체해주는 것이 훨씬 현명한 차량 관리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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